주유소 사장, 정말 돈 많이 벌까?

평소 주유하면서 늘 궁금했던 게 있었다. 저 주유소 사장님은 도대체 얼마나 버실까? 하루에도 수백 대의 차가 들어와 기름을 넣고 가는데, 분명 장사는 잘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공개된 자료들을 뒤져가며 정리한 주유소 사업의 진짜 속사정을 직접 알아봤다.

1. 주유소 창업, 돈부터 얼마나 들까?

처음에는 '기름만 팔면 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하겠어?'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초기 자본이 꽤나 많이 필요하다.

- 기존 주유소 인수하는 경우: 10억에서 30억 원이 기본이다. 입지에 따라 더 올라가기도 한다.
- 새로 짓는 경우: 20억에서 50억 원인데, 여기에 땅값은 별도다. 서울 같은 곳이면 땅값만 수십억이 추가로 든다.
- 임대형으로 운영: 보증금만 3억에서 10억 원 정도 필요하다.

순수 자기자본으로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 70% 이상 대출로 시작해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한다.

2. 브랜드 고민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주유소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각각 장단점이 확실히 있다.

- SK, GS칼텍스, S-Oil 같은 메이저 브랜드: 믿을만하고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가맹비가 비싸고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입지나 시설 기준이 엄격해서 웬만하면 받아주지도 않는다.
- 현대오일뱅크나 알뜰주유소: 비용 부담은 덜하지만,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약해서 스스로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
- 무브랜드: 가장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진다.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러면 마진이 더 적어진다.

종종 무브랜드 주유소의 경우 "최저가 전략 쓰다 보니까 하루 종일 바빠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3. 실제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는데,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니 리터당 순이익이 80원에서 150원 정도다.

- 소형 주유소: 월 순수익 300만 원에서 800만 원
- 중형 주유소: 월 800만 원에서 1500만 원  
- 대형 주유소: 월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

그런데 여기서 임대료, 대출 이자, 직원 월급, 전기세 같은 고정비를 빼면 남는게 많지 않아서 ... "차라리 월세 받고 사는 게 나을 뻔했다"는 말도 나올법하다.

4. 숨어있는 리스크들이 더 무섭다

주유소는 그냥 기름만 파는 게 아니라는걸 알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 유가 변동 리스크: 재고로 기름을 쟁여놨는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그대로 손실이다. 서울의 한 주유소는 유가 급락 때 1억 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고도 한다.
- 환경·안전 규제: 저장탱크를 몇 년마다 교체해야 하고, 토양오염 방지 시설 설치에도 수천만 원이 든다.
- 무인화 경쟁: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유소들은 인건비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 체력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직접 매장을 지켜야 하는 곳이 많다. 그야말로 몸이 자본인 사업이다.

5. 요즘은 부가사업이 핵심이다

기름만 팔아서는 한계가 있다보니, 요즘 주유소들은 다른 사업도 같이 한다. 단순한 주유소가 아니라 '생활 편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주유하러 왔다가 커피도 마시고, 세차도 하고, 편의용품도 사가는 식이다.

- 편의점: 월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 추가 수익
- 자동세차장: 월 100만 원에서 300만 원
- 전기차 충전소: 초기 투자는 크지만 미래를 위한 필수
- 카페: 고객들이 오래 머물게 해서 매출 올리기

처음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니, 주유소 사업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걸 깨달았다. '기름만 팔면 돈 벌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할 사업은 아닌거 같다.

물론 입지 선택을 잘하고 운영 전략을 제대로 세우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체력 소모까지 감안하면 '쉽게 돈 버는 사업'은 절대 아니다.

앞으로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마다 사장님께 좀 더 고마운 마음이 들 것 같다.